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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누나

joe_ 2019. 3. 29. 13:30

한때 나에겐 친한 친구와 가깝지 않은 친구의 경계가 없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막역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단지 누군가가 너무나 편하고 좋았고, (가깝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모두가 나의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간혹 '우리가 서로를 잘 모르지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의식의 불일치를 가져왔다.

맞다.. 사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이다. 서로 잘 몰라서 편하고 좋았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사실을 그저 마주했던 것 뿐인데 그것이 그당시엔 많이도 서운하고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이틀전 두오모라는 식당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게되었다.

처음 함께 식사하는 친구도 있었고, 친구의 파트너도 있었다.

이전 같았으면 말도 많이하고 싶고, 막내라 뭘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지만 그날만큼은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시간과 애정이 느껴졌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집을 한시라도 빨리 가고싶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이 불편한 마음을 잡고 바둥거리지 않았다. 서로 잘 몰랐지만 이야기를 술술하게 되던 순간, 너무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잘난척말고 각자의 행복했던 순간을 솔찍히 그리고 겸허히 드러내던 순간이 즐겁고 편안했다.

당연하지만 그 당연했던 것을 느끼게 되던 날이었다.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내는 것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물론 멀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짧지만 응축된 교감을 하며 많은 것을 나누던 순간의 몇일이 몇년의 경험과 견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좋아하던 친구들과 한동안 연락을 많이 하지 못했고, 다시 연락했을 때 몇몇은 살아있으니 되었다 말했지만, 누군가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했고 이해하달라고 말하는 것도 구차했다. 위 글을 보아 알겠지만 난 전자보다 후자에 많이 신경쓰고 안타까워하며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우리의 인연인가 싶기도 하고, 매일같이 연락을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만나 그간의 아쉬움을 토로하며 행복했냐고, 행복했으면 됐다고, 그리고 많이 그리웠다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아직도 지나간 친구를 그리워하고 아쉬워하지만, 너무 보고싶어 어쩔 수 없을 때... 내가 정말 너무 미안했다며 이 말이 뭐가 그리도 어려웠냐며 말을 꺼내고 싶을 때 연락해보려 한다. 그때 하고싶은 말을 지금 하자면, 내가 나 인것이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었고,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낯설어서 연락할 겨를이 없었노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매순간...은 오바고 종종 너를 떠올리며 보고싶었고, 말걸고 싶었던 혼자만의 짝사랑의 시간은 이전도 이후도 한결같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좋은 사람들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아끼고 느끼고 있다.

내일은 시끌거리는 술자리가 지루해도 조금 더 늦게까지 시간을 나눠봐야겠다.

 

좌우당간 베를린 누나 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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